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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키워드로 본 2013년 한국 천주교회

키워드로 본 2013년 한국 천주교회

2013년 연말을 맞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미디어부는 교계와 일반 매체의 천주교 기사 제목을 분석, 올해 한국 천주교회의 화두와 관심사를 알아봤다.

2013년 1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보도된 뉴스 중에서, 교계 매체(평화방송, 가톨릭신문, 평화신문)의 천주교 기사 전체, 그리고 일반 매체의 천주교 기사 중에서는 주교회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언론에 비친 가톨릭’의 기사 목록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집계에 사용한 기사는 일반 매체 1416건, 평화방송(라디오) 974건, 가톨릭신문 1771건, 평화신문 1760건이었다. 교회 안과 밖의 관점을 비교하기 위해, 교계 신문인 가톨릭신문과 평화신문의 기사 3,531건을 ‘교회 안’으로, 교계 매체이지만 시사 보도 비중이 높은 평화방송과 일반 매체 기사 2,390건을 ‘교회 밖’으로 묶어 집계했다. ‘교회 안’과 ‘교회 밖’ 기사 제목에 자주 쓰인 표제어를 상위 7개씩 집계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두 범주에서 겹치는 표제어는 파란색 글씨로 표기했다.

교회 안(가톨릭신문, 평화신문)

교회 밖(일반 매체, 평화방송)

순위

표제어

사용 수

순위

표제어

사용 수

1

생명

149

1

(교황) 프란치스코

116

2

신앙의 해

123

2

시국선언(미사)

80

3

젊은이(청소년)

101

3

생명

61

4

선교

97

4

순례

51

5

순례

91

5

순교

44

6

순교

87

6

동성애(동성결혼)

26

7

(교황) 프란치스코

59

6

기념(감사)미사

26

 

 

 

7

(원자력)

19




교회 안팎의 공통 관심사

제266대 교황의 이름 ‘프란치스코’는 단연 올해의 키워드라 할 만하다. 올해 2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진 사임하면서 가톨릭교회의 위기설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새 교황으로 선출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이 ‘청빈의 대명사’ 성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택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표방하면서 ‘위기설’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외신 보도를 통해 자본주의의 부작용과 빈부격차에 대한 비판, 람페두사 난민 수용소 방문, 젊은이들을 향한 격려, 성 베드로 광장에서 어린이와 병자들을 포옹하는 모습이 부각됐다.

일반 매체에 주요하게 부각된 교회의 활동은 생명 운동과 순교자 현양(순교, [성지]순례)으로 나타났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와 생명운동본부, 각 교구의 생명운동 기구를 중심으로, 낙태 반대, 자살 예방과 장기기증 캠페인, 연명치료 중단 논의에 대한 입장 표명 등 가톨릭 생명윤리를 알리고 생명 수호를 촉구하는 활동이 두드러졌다.

순교자와 성지순례에 대한 관심은 시복시성 추진과 맞물려 높아졌다.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교황청 시복 심사 현황, 올해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 2차 시복과 근현대 신앙의 증인들의 시복 조사에 착수 소식이 부각됐다. 교회 밖 매체들은 시복 심사의 진척 현황과 순례길 개발 소식, 교계 매체들은 순교자들의 영성과 바람직한 순례문화 조성에 무게를 실었다.

안에서 본 교회: 성장보다 내실

교계 신문으로 본 한국 교회의 관심사는 관성에 젖은 신앙을 새롭게 하고, 차세대에 신앙을 전수하며, 한국 교회가 쌓아온 자산을 세계에 나누는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된 양상이다.

교계 신문에서 ‘생명’ 다음으로 자주 언급된 주제는 ‘신앙의 해’였다.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50주년을 기념해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선포됐으며, 작년 10월 11일부터 올해 11월 24일까지 전 세계에서 거행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앙의 재발견을 위한 교구와 본당 단위의 기념행사, 교계 매체 보도와 특집 기획물을 통한 지속적인 홍보가 이뤄졌다.

‘젊은이(청소년)’가 자주 언급된 것은 교회의 고령화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교회의 청(소)년 사목활동 보도, 청년 신자를 위한 교리 해설과 더불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도 비중 있게 보도됐다. 신앙을 전파하는 ‘선교’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지역사회와 이웃을 향한 국내 신자들의 선교 외에도,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해외 선교사들의 활동 소식도 비중 있게 보도됐다.

밖에서 본 교회: 세상에 응답하라

일반 매체와 평화방송 보도에서 자주 언급한 주제들은 2013년 한국 사회의 화두와 비슷하다. 세상이 사회 현안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묻고, 교회의 응답을 사회에 전달한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보도를 제외하고 가장 자주 등장한 키워드는 국가정보원의 제18대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시국선언(시국미사)이었다. 지난 11월 22일(금) 전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소식을 제외하고 집계했음에도, 15개 교구 사제들과 남녀 수도자 등의 입장 표명이 지속적으로 있었으며, 일부 교구의 후속 활동과 이에 반대하는 단체의 입장 표명도 꾸준히 보도됐다.

‘동성애’와 동성결혼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관련해 자주 언급됐다. 올해 외국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 우리나라에서는 공개 동성결혼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교황은 취임 직후부터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동성 결혼은 성립할 수 없지만 동성애자를 사회적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답변은 가톨릭 교리에 충실한 것이었음에도 새삼 화제가 됐다.

국내 핵발전소의 잦은 가동 중단으로 ‘에너지의 위기’를 실감한 올해, 한국 교회는 ‘핵(발전)’의 비효율성과 위험을 알리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지역 교구의 탈핵 도보순례, 주교회의의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발표, 탈핵의 대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이어졌다.

교회의 역사적 순간을 경축하는 기념(감사)미사 소식도 줄을 이었다. 새 교황 탄생의 한바탕 열기가 지나간 뒤, 한국 주교단은 3월 21일 명동성당에서 교황 선출 감사미사를 봉헌하며 보편교회의 축제를 마무리했다. 4월에는 전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가 사제 수품 50주년을 맞이했다. 10월에는 수원교구 설립 50주년과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한국 진출 80주년, 전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의 주교 수품 50주년 기념미사가 있었다. 안에서 성장하는 동시에 밖으로는 한국 근현대사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천주교회의 발자취를 실감케 하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