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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담화 - 2014년 봉헌생활의 날

2014년 봉헌 생활의 날 담화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제정되고 공포된 모든 문헌은 ‘일치’에 대한 전망으로 교회와 세상, 그리스도교인과 비 그리스도교인의 긴밀한 관계 안에서 현실의 차이를 초월해 일체가 되어야함을 역설하면서 일치의 개념을 현대화(accommodatio), 쇄신(renovatio), 개혁(reformatio), 토착화(inculturatio) 등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공의회는 수도생활도 예외가 아님을 수도자와 관련된 문헌에서 잘 언급해주고 있습니다. 1965년 ‘수도생활에 관한 쇄신과 적응’에 관한 문헌이 공포되기 전 1964년 교회헌장 6장은 수도자의 신원과 생활에 관한 장을 할애하면서 수도자는 현대에서 “사람들과 관계없는 자, 혹은 지상의 나라 안에서 무익한 이가 아니고 서약을 통해 더욱 심원한 방법에 의해 그리스도 생활 방식 안에서 사람들을 가까이 해야 하는 자들임을 천명했습니다.”(교회헌장 46항 참조)

이러한 동기와 목적에 의해서 1965년 제정, 공포된 “수도생활의 쇄신 적응에 관한 교령”은 교회헌장 6장에 제시된 수도 생활의 탁월한 가치와 현대 정세 안에서 그 필연적인 역할이 교회에 더욱 큰 공헌을 하도록 끝임 없이 ‘쇄신’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수도생활의 원리로서 쇄신과 구체적인 실천인 적응은 연속성을 가지면서 구분되어야 함을 1966년 공포 된 교황 바로오 6세의 자의 교서 ‘거룩한 교회’의 제2부 수도생활 교령에서 매우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교령은 일반적 원리로서 쇄신(renovatio), 수도생활의 본질에 해당하는 회의 기원, 정신, 목적, 생활양식, 특성, 전통적 유산 등 수도생활의 불변적 요소와 적응이라는 가변적 요소, 사도직 양식, 복장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수도생활의 쇄신과 적응이 카리스마적 성격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도자 자신에게는 더 나은 자유를 추구하게 하고 세상과 이웃들에게는 기쁨과 희망이라는 선물로 다가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이 수도자 신분과 생활에 있어 쇄신이라는 원리와 적응이라는 실천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름에 있어서 우리를 더 자유롭게 하였습니까? 그리고 세상과 이웃들에게 기쁨과 희망이 되는 생활이었습니까?

이 물음에 대해 오늘날 많은 수도자들은 ‘위기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둔 밤을 지내고 있다.’고 응답하곤 합니다.

오늘날 수도자들의 이런 자기 진단은 공의회 가르침의 쇄신을 통한 적응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의 삶을 선택함으로 수도자라는 신원을 더 모호하게 하였습니다.

또 우리의 수도 생활이 수도자 자신들의 복지를 위한 생존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상 오늘날 많은 수도자들은 자신의 신원과 생활을 카리스마적 성격 안에서 이해하기보다 일을 처리하는 자로서 기능적인 측면에서 더 이해하려고 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수도자들은 복음을 선포함으로 보다 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면서 기쁨을 나누는 이들이기 보다 일을 처리하는 자로서 피로를 호소하고 위로 받기를 바랍니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수도생활의 목적을 담고 있는 공동체적 성격이 그저 유숙하는 공동생활의 성격으로 바뀐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성소로 말미암아 포기했던 모든 것들이 안타깝게도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로 자리했습니다.

수도생활 안에서 성령의 활동으로 주어지는 공동체의 훌륭한 비유는 친교나 투신의 삶입니다. 그러나 세속과 개인주의, 끼리끼리 문화 등으로 수도자 개인과 공동체를 영적인 삶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 6장에서는 수도자 신분과 생활에 대해서 언급하였고, 1965년 공포된 ‘수도생활의 쇄신과 적응’이라는 교회 가르침은 오늘날 수도자들이 처하게 될 위기들을 미리 예견하고 이 시대의 수도자들은 이런 세속적인 상황들을 지혜롭게 대처해야 함을 가르쳤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수도자들이 누리고 있는 안정적이고 엘리트적인 생활방식은 쇄신을 통한 자기 성찰과 적응에 대한 단호한 결심으로 각 회에 주어진 성령의 선물을 살펴보고, 카리마스적 성격을 드러내는데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수도자 본래의 자리인 주변으로의 이동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그랬던 것처럼 주변인들의 벗이 되어 기쁨과 희망을 주는 응답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머물렀던 안정적이고 엘리트적인 중심의 자리에서 불의를 고발하는 시대의 예언자의 사명을 다하여 합니다.

오늘날 수도자들의 이 응답이야 말로 원천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며 시대 상황에 적응하는 것일 것입니다.(수도생활 2항)
쇄신과 성화를 통해 세상의 속화를 대적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남자 수도회·사도 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황 석 모 요한 수사 신부